
발효육의 특성과 분류
고기는 도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생물에 쉽게 오염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살모넬라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대표적인 오염원입니다. 고기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유통기한이 짧아지고 금방 상해버리지만, 발효할 경우에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수개월 이상 저장이 가능한, 영양가 높은 비교적 안정된 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산업에서 대부분의 발효육 제품은 발효 소시지 형태입니다. 미국, 유럽, 특히 독일에서 발효 소시지의 소비가 아주 많습니다. 대표적인 건조형 발효 소시지인 살라미와 페퍼로니 등은 보통 수분 함량이 약 25~45% 정도이며, 수분함량이 40~50% 정도인 반건조 소시지도 널리 생산 및 소비되고 있습니다. 발효 소시지는 사용하는 고기의 종류, 제조 공정의 특징, 발효에 쓰는 미생물, 발효 온도, 제품 상태 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이 때문에 같은 발효 소시지라도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맛, 향, 색, 식감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제조 공정의 특징은 소금의 양, 질산염과 아질산염의 사용 여부, 향신료, 마늘과 같은 첨가물의 사용 여부, 발효 전 넣는 당류의 양에 의해 달라집니다. 발효에 쓰는 미생물은 자연적으로 붙어있던 균만 이용하는지, 아니면 스타터를 따로 넣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제품 상태는 훈연 여부, 건조 정도, 표면에 곰팡이를 피워 숙성시키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발효육의 제조 공정
전형적인 건조 발효 소시지를 만드는 공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지방을 포함한 원육을 준비하는데, 이 단계의 원육에는 부패균, 병원성균, 소수의 유산균, Micrococcus 같은 균들이 섞여 있어 미생물 구성이 꽤 복잡합니다. 이 고기를 다져서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넓은 표면적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소시지 특유의 질감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다른 재료와 혼합하는데 이때 레시피에 따라 조합이 다양해집니다. 기본적으로 소금과 발효가 가능한 당류, 그리고 질산염이나 아질산염이 들어가고, 추가로 향신료와 첨가제를 넣습니다. 다음으로 락트산을 만들어줄 유산균 스타터로는 보통 Lactobacillus plantarum과 Pediococcus 속 균을 사용하고, 여기에 Micrococcus 속 미생물을 함께 넣어서 질산염 및 아질산염을 환원시켜 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특유의 향미가 형성되도록 돕기도 합니다. 그 후에 케이싱에 충전하여 발효시킵니다. 이때 동형 발효 유산균이 고기에 들어 있는 포도당과 기타 당류를 락트산으로 바꾸면서 pH를 낮추고 소시지 특유의 산미와 향을 만듭니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pH가 낮아지고 수분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원성 세균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발효 소시지는 냉장이 아니어도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 됩니다. 숙성 중에는 고기 속 지방과 단백질이 분해되고 여러 가지 향미 성분이 만들어져 발효 소시지만의 풍미가 생깁니다.
발효육의 품질/안전 확보를 위한 공정요인
일부 발효육 제품은 제조 후 별도의 가열 공정 없이, 그대로 섭취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잘 만들어진 발효 소시지는 락트산의 생성으로 인한 낮은 pH와 건조 공정으로 인한 수분활성도 감소 때문에 일반적인 병원성 세균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pH와 수분활성도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경우에는 부패와 안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외에도 발효 소시지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여주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먼저 아질산염, 유산균이 만드는 박테리오신, 항균 및 항산화 기능이 있는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훈연을 통해 연기 속 페놀류 화합물이 첨가되면, 이들이 항균 및 항산화제로 작용해 제품의 저장성을 높입니다. 그리고 potassium sorbate와 같은 보존제를 사용해 곰팡이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잘못된 제조 조건에서 부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금 농도가 지나치게 낮거나, 당류 첨가량이 설계 수준과 크게 달라진 경우, 발효 및 건조 과정에서 습도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 또는 스타터 없이 자연 균총만으로 발효해 미생물 구성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그 결과 표면이 끈적끈적해지거나 과도한 산미와 이취가 나타나는 등 품질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발효 소시지는 잘만 만들면 안전한 식품이지만, 그래도 제조 및 저장 중에는 Salmonella, Staphylococcus aureus 등 식중독균에 의한 위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원료육의 초기 미생물 검사, 발효 동안 pH 저하 곡선의 확인, 건조 중 온도 및 습도 관리 등은 발효육 HACCP 계획에서 필수적인 관리 항목으로 다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