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분 활성도의 개념
물은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식품 속에 존재한다고 해서 모두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식품 내 수분 중 일부는 단백질, 당, 염류 등과 결합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며, 이에 따라 미생물의 생장은 제한됩니다. 이러한 이용 가능한 물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수분 활성도(Water Activity, aₙ)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는 살아가는데 액체 상태의 수분이 필요하고, 물이 없다면 생장도 번식도 못하게 됩니다. 식품 속의 물이라도, 모든 수분이 미생물 생장에 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물이 수화되거나 결정화된 상태이거나, 당이나 염분 같은 용질이 포함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수분 활성도는 식품 내에서 미생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물의 정도를 의미합니다. 식으로 나타내면 용액에 물의 부분 증기압을 표준 상태 물의 부분 증기압으로 나눈 값입니다. 물의 부분 증기압은 온도에 따라 변하는데, 0 ℃에서 25 ℃로 바뀔 때 4.579mmHg에서 23.8mmHg로 증가합니다. 용액 농도 증가나 수분 흡착 현상 등은 물의 부분 증기압이 낮아지고 수분 활성도도 함께 감소합니다. 물질이 완전히 건조된다면 물 분자가 없기 때문에 수분 활성도가 0이 됩니다. 수분 활성도의 범위는 0~1이며, 순수한 물의 수분 활성도는 1입니다.
수분 활성도의 미생물 생장과 관계
식품의 수분 활성도는 식품의 수분 함량과 항상 관계가 있지는 않습니다. 식품 전체 염분이 낮더라도, 수분이 존재하는 국소 부위의 염도가 높다면 실제 수분 활성도가 낮을 수도 있습니다. 소금은 극성이라 수용액상에 용해되어 있는데 미생물이 그 수용액상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수분 활성도는 낮아집니다. 미생물은 종류에 따라 그 생장에 적합한 수분 활성도 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적정 수분 활성도가 1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세균보다 곰팡이와 효모가 수분 활성도의 감소에 저항성을 더 가집니다. 수분 활성도 0.61 이하인 식품에선 미생물에 의한 부패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주로 화학적 변질만이 진행됩니다. 식품 중 미생물의 수분 활성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곰팡이 0.8, 효모 0.85, 그람 양성균 0.9, 그람 음성균 0.95 정도입니다. 호삼투압성 효모는 수분 활성도가 낮으면 생장을 못 하지만 당의 농도가 높다면 자라기도 합니다. Zygosaccharomyces rouxii는 당과 염에 모두 강해 초콜릿 부패나 간장 발효와 관련이 있습니다. 호건성균은 수분 활성도가 0.61 이하에서도 생장할 수 있는 곰팡이를 주로 가리키며, 건조 및 염장한 생선의 부패를 예로 들 수 있다. 호건성균은 0.85~0.9 부근에서 가장 잘 자라며, 수분 활성도가 너무 높아지면(약 0.96 이상) 오히려 생장하지 못합니다. 호염균은 Na+ 이온을 이용해 생장합니다. 그중 중등 호염균은 소금의 농도가 1~10%에서 생장할 수 있는 미생물입니다. 식중독균인 Vibrio parahaemolyticus를 포함한 많은 해양 세균들이 있습니다. 또한, 고등 호염균은 소금의 농도가 높은 경우에만 생장할 수 있는 미생물입니다. 다른 세균과는 달리 세포벽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금 농도가 감소한다면 세포가 원통에서 구형으로 점점 변화하고 결국 세포벽이 파괴되어 분해됩니다. 염장한 생선의 부패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수분 활성도가 낮아진다면 성장곡선에 영향을 미치는데, 유도기 증가, 정지기 측정 세포 수 감소, 사멸기 세포 급격히 사멸, 성장 속도 둔화가 이에 해당합니다.
수분 활성도의 응용과 식품 저장 기술
일반적으로 최저 수분 활성도 부근에서는 미생물이 생장하기 어렵지만, 극도로 건조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생존 상태로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동결 건조식품처럼 물이 흡착 상태로 결합한다면 생장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살아남기도 합니다. 동결 건조하면 미생물에서 물이 급속 제거 되어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게 됩니다. 소금이나 당으로 저장하는 식품에 있는 미생물은 삼투현상이 일어납니다. 세포 내부보다 많은 용질이 존재한다면 세포 중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는 사멸됩니다. 세균의 포자는 낮은 수분 활성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저장 중에는 살균 처리가 필요합니다. 식품의 수분 활성도를 낮추면 부패균이나 식중독균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수분의 양이 줄어듭니다. 식품의 수분 활성도가 최소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면 미생물의 생장은 멈추지만, 미생물이 사멸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식품의 수분 활성도를 조절하기 위해 습윤제 등의 수용성 물질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또한, 식품 중 수분 활성도를 낮추는 저장 방법에는 건조, 동결 건조, 냉동, 가염, 당알코올・당류 첨가 등이 있습니다. 식중독균의 생장 제어를 위해 식품 수분 활성도를 낮추기도 합니다. Bacillus cereus, Staphylococcus aureus는 수분 활성도가 0.93 이하인 식품에서는 생장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 이들이 살아있을 수는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수분 활성도는 식품의 저장성, 품질 안정성, 미생물 제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수분 활성도가 낮을수록 미생물의 생장이 어려워지므로,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건조, 가염, 당 첨가, 냉동 등의 다양한 기술이 활용됩니다. 결국, 수분 활성도 조절은 식품 보존의 과학적 기반이자 안전한 식품 관리의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