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 부패의 일반적 변화
부패 미생물이 자라면 식품의 겉모양, 색, 냄새, 조직감 등이 달라지며 결국 소비자가 먹기 힘든 상태로 변질됩니다.
외형 변화: 외형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썩은 과일 표면처럼 곰팡이 균사가 자라 솜털처럼 보이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세균이 증식해 육류 표면이 끈적해지는 경우입니다.
색 변화: 색 변화는 미생물 또는 화학적 변화에 의해서 변화합니다. 먼저 미생물은 색소를 만들어 식품의 색을 바꾸기도 합니다. 곰팡이 포자는 색을 띠며 균사체를 성장하기도 하면서 식품 표면의 색을 바꿉니다. 일부 세균은 수용성 색소를 생성해 식품의 색을 바꾸기도 합니다. 어떤 미생물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색이 바뀌게 합니다. Proteus 속 세균은 황화수소를 만들어 달걀의 변색을, Lactobacillus나 다른 세균은 가공육의 헤모글로빈과 반응해 녹색화를 만들어냅니다. 일부 곰팡이는 polyphenol oxidase를 만들어 식물조직을 갈변화합니다.
냄새 변화: 미생물이 자라면서 각종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맡는 썩은 냄새의 원인입니다. 탄수화물이 분해될 때 젖산, 에탄올, 다이아세틸, 에스터, 알데하이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어, 지나칠 경우 이취가 납니다. 단백질 분해 시 아민, 암모니아, 황화수소, 인돌, 지방산 등이 섞여 역한 이취를 냅니다. 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돼 산패되어 기름쩐내가 납니다.
조직감: 미생물이 식품 속에서 자라면 조직이 무르고 물렁물렁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식물성 식품에는 미생물이 pectinase, 동물성 식품에서는 proteinase를 만들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합니다.
부패 과정과 가공, 환경의 영향
식품이 부패할 때 미생물이 얼마나 자라야 냄새나 색 변화가 보이는지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g, 1ml, 10cm^2당 10^6 정도일 때 가시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이는 부패의 경계로 간주합니다.
식품의 부패 속도와 형태는 가공 과정, 저장 조건, 재오염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가공 처리 중 비위생적인 작업환경이나 방식을 쓰면 미생물이 증가합니다. 도축된 고기는 수질, 토양, 동물 분변 등을 통해 저온성 부패 미생물에 쉽게 오염됩니다. 작업장, 냉장고, 공기를 통해서 오염 가능하고, 저장 온도가 높으면 미생물도 함께 증식합니다. 가공 과정에서 원재료에 있던 미생물이 열처리로 거의 제거되지만, 가공 이후 재오염이 될 수 있습니다. UHT 우유는 가공 단계에서 멸균되지만, 포장 단계에서 공기 중의 Micrococcus 속이 재오염될 수 있습니다. 이 균은 단백질을 분해하여 이취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우유의 맛과 품질을 떨어뜨립니다. 가공 과정은 식품의 내재적 요인과 외재적 요인을 바꾸면서 부패 미생물의 조성과 부패 현상에 변화를 줍니다. 요구르트의 제조 과정에서 pH가 원유는 약 6.8인데, 발효 후 요구르트는 약 3.8~4.2로 낮아집니다. 일반적으로 우유의 부패는 세균과 관련되지만, pH가 바뀌면서 곰팡이나 효모가 상대적으로 잘 자라게 되어 부패의 주요 미생물군이 바뀌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육류를 일반 공기 대신 질소, 이산화탄소, 산소로 조합된 공기로 포장하면 부패 속도가 느려지고 저장 기간이 길어집니다. (MAP; 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MAP 저장 시 유산균이 우세하여 시큼한 이취를 발생시키는 데 반해, 일반 공기 저장 시 그람음성균이 우세해 고약한 냄새를 발생시킵니다.
육류의 부패
동물의 피부와 장 속의 고유한 미생물과 분변, 사료, 토양 등을 통해 고기 표면에 오염된 미생물이 있습니다. 고기가 상하기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축 중 오염입니다. 가죽을 벗기거나 내장을 제거하는 과정은 미생물이 고기에 들어가기 쉬운 단계이고, 도축장의 환경, 도구, 작업자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습니다. 고기의 부패와 관련되는 대표적인 균으로는 Enterobacteriaceae, Lactobacillus, Shewanella putrefaciens, Brochothrix thermosphacta가 있습니다. 마지막 두 균은 위생 상태 판단 지표군으로 사용됩니다. 고기에는 단백질,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해서 미생물의 먹잇감이 됩니다. 특히 수용성 성분이 3.5%라 미생물이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기의 수분활성도는 0.99로 거의 모든 미생물이 살기에 적합합니다. 고기는 죽으면서 pH가 중성에서 5.4~5.6으로 떨어집니다. 도축 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동물은 젖산이 덜 생겨서 pH가 높고 쉽게 부패합니다. 고기는 실온에 보관하면 급속히 부패가 일어나므로 -1.5℃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냉장고 온도에서는 저온에서도 살 수 있는 호냉성균이 고기 속 수용성 영양소를 소비하며 빠르게 자랍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Pseudomonas fluorescens, Pseudomonas fragi가 있습니다. 이들은 탄소원으로 아미노산을 이용할 때 부산물로 이취를 만들어냅니다. 진공포장육은 포장 전 가공 위생 상태나 고기의 pH에 따라 부패 양상이 달라집니다. pH가 낮은 양질의 고기에서는 Lactobacillus가 많아져 시큼한 향이 납니다. 진공포장육의 pH가 6.0 이상이 되면 보존기간이 훨씬 짧아집니다. 가스 치환 포장육은 CO2의 농도가 높을 때 Lactobacillus가 우세하지만, CO2 농도가 낮으면 Brochothrix thermosphacta가 우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