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 발효의 특징과 소금의 역할
예전부터 사람들은 배추나 양배추 같은 채소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해 발효를 이용해 왔습니다. 냉장·냉동, 통조림 같은 보존법과 비교해 봐도, 채소 발효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도 저장이 가능하고, 동시에 특유의 맛과 향, 식감을 가진 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올리브, 피클, 사우어크라우트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발효 채소이고, 한국에서는 김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국의 식사에 김치가 항상 올라오는 것처럼 일부 나라에서는 이런 발효 채소가 일상적인 식단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채소를 발효시킬 때 기본적으로 거치는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료인 채소를 수확하거나 구입한 후 나중에 변질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상처나 병든 부분을 제거합니다. 그 후 소금을 뿌리거나 소금물에 담가두어서 수분이 빠지고 유산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양배추로 사우어크라우트를 만들 때 채를 썬 양배추에 직접 소금을 뿌려서 절이거나, 소금물에 담그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의 중요한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소금이 채소 속에서 물을 빼내 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나중에 유산균이 설탕을 이용해 발효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당분을 녹여 유산균의 먹이가 되게 합니다. 또한 소금은 좋은 미생물만 자라도록 환경을 골라 주는 역할을 합니다. 소금 농도가 적당하면 유산균은 잘 자라지만 다른 부패균은 자라기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해서 유산균 중심의 발효가 일어나도록 도와줍니다.
채소 발효에 관여하는 유산균과 오이 발효의 특수성
채소발효에는 대표적으로 Leuconostoc mesenteroides, Lactobacillus plantarum, Lactobacillus brevis, Pediococcus pentosaceus 등과 같은 유산균들이 관여합니다. 실제 발효 균총의 조성은 소금 농도와 발효 온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소금 농도가 너무 낮거나 발효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유산균보다 부패균이나 효모가 더 빨리 자라 품질 저하나 변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채소 발효 공정은 보통 채소 표면에 원래 붙어 있던 유산균이 자연적으로 발효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이처럼 품질 결함이 생기기 쉬운 제품은 선택된 균주를 스타터 사용하여 발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 상태의 발효 균총 중 일부 이형 발효성 유산균과 기타 미생물이 오이 과육 내부로 들어가서 과도한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면, 과육 속에 가스가 찬 빈 공간이 생기는 결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함을 줄이기 위해, L. plantarum과 P. pentosaceus와 같은 동형 발효성 유산균을 스타터로 접종해 발효 과정을 제어하기도 합니다. 이들 균주는 젖산을 빠르게 만들어 pH를 안정적으로 낮추고, 가스 생성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 공기주머니가 생길 위험을 줄여 줍니다. 또한, 질소를 충진 하여 과도하게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결국 채소 발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균이 빠르게 우세해지도록 환경을 설계해서, pH를 신속히 낮추고 부패균과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채소 발효 예시: 사우어크라우트의 발효 단계와 품질 문제
사우어크라우트 발효에서는 미생물이 세대를 바꾸며 차례로 우세해지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크게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1기에서는 L. mesenteroides가 먼저 자라기 시작하며, 당류를 락트산, 아세트산, 에탄올, 이산화탄소 등으로 전환시킵니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pH가 빠르게 4.0 부근까지 떨어지고, 이때 형성된 산도가 다음 단계 균들이 자라기 좋은 기반이 됩니다. 제2기에선 pH가 더 내려감에 따라 L. brevis, L. plantarum과 같은 유산균이 많아지는데, 이 균들은 더 많은 락트산을 만들어 발효가 중반부에 접어들면 우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제3기에서는 L. plantarum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발효가 안정 단계에 들어가고, 최종 제품의 품질이 거의 고정됩니다. 최종적으로 사우어크라우트의 pH는 보통 약 3.8, 총산도는 락트산 기준 1.7~2.3% 수준에 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 특유의 맛과 향이 완성됩니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안전한 식품이지만, 조건을 잘못 맞추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발효 온도가 너무 높으면 L. mesenteroides 대신 다른 미생물이 빨리 자라 색이 변하고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금 농도가 너무 낮거나 균일하지 않으면 부패 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표면에 공기가 많이 닿는 경우에는 표면에 효모나 곰팡이가 자라서 품질을 떨어뜨립니다.